올해로 26돌을 맞은 ISPSD는 Power device를 전문으로 다루는 학회입니다.

올  ISPSD는 하와이 Big Island에서 열렸는데 올 역시 그간의 추세에 맞춰 Silicon power device의 기세는 점점 사그라들고 모든 학문적 관심은 GaN과 SiC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High power, high voltage 방면으로 이미 상업용 제품을 내놓고 있는SiC  분야는 진 일보한 연구 성과를 내놓으면서 장미빛 미래를 보여 주었습니다.

반면, Silicon 대비 100배 이상의 집적도를 구현할 수 있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출현했던 GaN은 device reliability와 practical cost 면에 있어서 그 실효성에 많은 이들이 점점 의문을 갖는 상황에 접어드는것 같습니다.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요?

다소 비싸고, 조금은 생소하지만 막강 power를 자랑하는 SiC?

SiC와 Silicon을 꼬맹이로 만들어 버리는 막강 spec – 그러나 유리턱을 가진 챔피언 GaN?

아님, 허접하지만 여전히 실 생활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저가의 Silicon?

…

이 인간이 지금 뭔 소리를 하냐 하시겠죠?

저는 반도체 프로세스/디바이스 엔지니어 입니다 (뭥미?)

그 중에서도 high voltage, high power에 주력하는 BCD technology development로 먹고 삽니다 (뭐냐아?)

ISPSD는 그런 일로 사는 사람들이 모여서 자기네 학교나 회사에서 이러이러한 성과를 내놓았다고 발표하는 학회입니다.

이쪽 분야에서는 제일 중요한것이;

얼마나 높은 전압과 전력을 취급할 수 있나?

얼마나 튼튼하게 동작할 수 있나?

얼마나 효율적으로 동작하나?

얼마나 값싸게 만들 수 있나?

한 마디로 사양 빵빵한 제품을 싸게 만들어서 많은 이익을 남기고 팔아 경쟁자들을 물리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나쁜 사업입니다 (안 그런게 뭐 있겠습니까마는).

이번 학회에서도 그 자기 자랑이 아주 철철 넘쳐 났습니다.

우리의 제품 단가는 이러이러한 기술 혁신으로 그 전보다 20% 줄어들었다

우리는 전력대비 칩 크기가 무려 250% 개선됐다

우리 칩의 전력 동작 효율은 무려 94%다….

이 모든 말을 한 단어로 줄이면 ‘효율’입니다.

효율 – Output/Input - 노력은 조금 들이고 결과는 많이 가지려고 하는 것을 나타내는 단위, Efficiency

이 효율이라는 것은 저희 분야에서만 중요한 게 아니라 모든 사업에서 다 중요시 하는 것이죠.

판매가를 높이지 못할때는 일용직 쓰고 질 나쁜 재료로 단가를 낮춰서 효율을 높이기도 하고,

어떤 이는 단가는 남과 비슷한데 브렌드 파워를 들어 판매가를 높여서 효율을 내기도 합니다.

가만히 생각하면 모든 사람이 이 생을 살아갈 때 효율적으로 살아가려고 아둥바둥합니다.

눈짓만으로 아랫 사람들을 부리는 사회 권력층만 효율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미래에 편한 일, 쉬운 일을 하면서 여유롭게 살기 위해 학원을 전전하며 다니고,

어른들도 자기 자신이나 가정을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해 자기계발한다 하면서 힘들게 삽니다.

미래를 효율적으로 살기 위해 준비하는 현재의 힘든 삶도 어떡하면 쉽게, 효울적으로 보낼까 고민하면서 다양한 해결책이 나옵니다.

효율속에 효율 – 양파껍질같은 효율의 뫼비우스띠입니다.

아이들은 다양한 참고서, 문제집, 쪽집게 과외등을 통해 같은 시간에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더 효과적으로 공부하려 하고,

어른들도 이런 저런 꽁수, know-how, 특별 훈련등으로 남들보다 앞서 나가려 합니다.

헬스하는 친구는 秘傳의 특수 운동을 하면 짧은 시간에 ‘갑바’가 생긴다고 하는데 저같은 사람이야 식스팩을 넘어서 이미 식스틴 팩을 가진터라 별로..

어쨋든,

ISPSD에서 난무하는 효율 타령을 들으면서 ‘아- 우리가 하는 일이란것이 참 부질없는 것들이구나’하는 도사같은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아무리 날고 뛰어도 ‘그 한 사람’의 효율적인 일하심에는 당해낼 수 가 없겠죠.

한 사람의 피 흘림으로 그 택하신 모든 이가 살아나는 이 놀라운 효율.

대 제사장 가야뱌까지 은연중에 ‘한 사람이 온 백성을 위해 죽음이 유익하리라’ 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그 던지심.

삼손이 죄인된 예수님의 모습으로 죽을 때 ‘그가 살았을 때 죽인 모든 블레셋보다 그가 죽으면서 죽인 블레셋이 더 많았더라’로 그려지는 효율.

한 알의 밀알이 이땅에 내려오셔서 죽어 많은 열매를 맺는 그 효율.

효율적으로 죄를 죽이시고, 효율적으로 죄인을 살려 내시는 은혜

그러함에도 오늘도 세상의 효율 타령을 하는 저를 보며 또 쓰러집니다.

죽여서 살려 주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