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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송구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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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섬기미 댓글 0건 조회 3,085회 작성일 18-12-0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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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마지막 날, 다른 교회에서는 송구영신 예배가 한창일 때
한 교회의 담임 목사인 저는 쿨쿨 신나게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오직 한국 교회에만 있는 송구영신 예배의 기원은,
묵은 해가 가고 새해가 시작되는 섣달 그믐 밤에
집집마다 신령들이 찾아와 복을 준다는 무속신앙에서 나온 것이기에 ,
저희 교회에서는 단호하게 송구영신 예배라는 것을 없애 버렸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 해를 보내며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고 새해를 맞이하여
하나님의 뜻이 우리의 삶 속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우리 성도들이 무속 신앙적 기원이 아닌
하늘에 대한 소망과 하나님께 대한 감사의 마음에서 송구영신 예배를 하게 되는 그 날,
우리도 송구영신 예배를 할 것입니다.

조선 땅에 기독교가 전해지기 전,
불쌍한 우리 조상들은 하루 두 끼의 식사라도 감지덕지하며 살았습니다.
그만큼 우리 조선 땅은 못 먹고 못 입고 못 누리고 살던 땅이었습니다.
위정자들은 자신들의 배에나 관심이 있었지, 불쌍한 민중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백성들은 누군가 다른 힘 있는 존재의 도움을 절실하게 구하게 되었고,
그 때 그 가련한 백성들의 마음에 그나마 위로와 힘을 준 것이 무속 신앙이었습니다.
산싱령, 삼신 할매, 정도령 누구라도 좋았습니다.
그냥 그 지긋지긋한 가난과 배고픔을 면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존재에게 치성을 드리는 그 시간에는
'기대' 와 '희망' 이라는 것을 품을 수 있었기에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신들에게 정성을 다해 비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었습니다.

그 땅에 기독교가 들어 왔습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의 죄의 문제가 해결되고
우리는 영생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복음만으로는
그 가난하고 배고픈 백성들을 예배당으로 모을 수가 없었습니다.
초기 선교사들은
예수가 그 배고픔과 가난을 면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인간적인 방법론을 채택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던 조선 땅의 우리 조상들은
자신들의 배를 채워 줄 수 있다는 엉터리 예수에게 치성을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예수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오래 전부터 습관적으로 자신들의 복을 빌어 왔던 알 수 없는 신령이
예수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섣달 그믐 날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굶주림과 가난으로 허덕이던 묵은 해를 보내고
그 보내는 해보다는 좀 더 배가 부른 한 해를 맞기 위해서는
그 한 해가 가고 오는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해가 갈 때에 이 땅에 있는 귀신들이 집집마다 들어와서
자기들에게 복을 비는 자들에게 복을 준다는 헛된 신앙이
사람들의 가난과 배고픔을 타고 진리화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섣달 그믐 날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 는
엉뚱한 강박에 시달리기도 한 것입니다.

그런데, 복음이 체계화 되면서 그런 것은 미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러나, 인간들의 복에 대한 갈망은
도저히 그 중요한 섣달 그믐밤을 그냘 보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송구영신 예배' 라는 기독교식의 타이틀을 붙여 
새해의 복을 비는 행사를 계속 하기로 한 것입니다.

왜 꼭 그 날은 목사들이 교인들에게 복을 비는 안수를 해 줄까요?
물론, 한 해를 마감하면서 묵은 해를 반추해 보고, 회개할 것은 회개하고 정리할 것은 정리를 하며,
새해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결단을 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렇게 한 해의 말미를 후회와 회한으로 보내야 합니까?
 
우리 성도의 삶은 매일 매일이, 아니 매 순간 매 순간이 더러운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추구하는 '송구영신' 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 의미에서 우리 서머나 교회에서는
매년 행사처럼 치러지는 송구영신 예배라는 것을 없애버린 것입니다.

그 날 밤 꿈을 꾸었습니다.
분명 우리 아들들인데, 아빠에게 가까이 오지 못하고 저만치 떨어져서 겸연쩍은 얼굴로
아빠만 바라보며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리 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저는 무언가 아주 바쁜 일을 치러야 했기 때문에
그 아이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만 볼 뿐이었습니다.
꿈 속이었지만 우리 아이들이 너무나 불쌍했습니다.

새벽 녘 잠이 깼습니다. 새해입니다.
저에게는 별로 다를 바가 없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그 새해 아침 우리 큰 녀석이 저에게 던진 한 마디가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새해에는 꼭 아버님하고 휴가를 가게 해 주세요'
그 말은 지난 해 첫날에도 들은 이야기였습니다.

일 년을 기다려 아빠와 휴가를 떠난 날, 우리 교회 정희 자매가 하나님 품으로 떠났습니다.
그래서, 아빠와 함께 들뜬 마음으로 휴가를 떠났던 그 날
우리 아이들은 다시 교회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간밤의 꿈과 큰 아이의 말이 겹쳐지면서 가슴이 미어져 왔습니다.

저는 그 날 아침에 계획도 없이 무작정 짐을 쌌습니다.
그리고, 지인에게 텐트와 코펠 등 캠핑 도구를 황급히 빌려서 아이들을 데리고 야영을 떠났습니다.
새해 아침 우리 아이들이 자기들의 소원을 위해 또 일 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처음 떠나는 캠핑이라 
텐트를 어떻게 쳐야 하는지, 무엇을 준비했어야 했는지를 전혀 몰랐습니다.
망연하게 텐트를 펼쳐놓고 고민하고 있는데, 
우리 청년부 목사님께서 일부러 그 야영장까지 오셨습니다.
못내 불안하셨던 모양입니다.
오시자마자 단 오 분 만에 텐트를 완성시키더니 
삼겹살과 그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넓적한 돌까지 준비해 주시고 떠나셨습니다.

단 이틀이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원시인처럼 살았습니다.
전기도 없고, TV 도 없고, 인터넷도 없고, 신문도 없는 곳,
그냥 자연과 함께 그 속에서 뒹구는 그 시간이 그렇게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줄 줄 몰랐습니다.
정말 맡아 보고 싶었던 낙엽이 타는 냄새를 이틀 내내, 그야말로 흠향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나무를 깎아 개펄에 가서 작은 게도 잡고 쭈꾸미도 잡았습니다.
그리고, 한데 뭉쳐 온기로 추위를 녹이며 잠을 잤습니다.

커다란 나무 아래 의자를 놓고 오랜 시간 산만 바라보며 하나님의 창조를 음미하기도 했습니다.
거기에는 경쟁도, 시기도, 질투도, 높이 올라가야 한다는 조바심도, 비집고 틀어 올 틈이 없었습니다.
'우리 인간은 원래 이런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것인데' 하는 생각을 야영을 하는 내내 했습니다.
 
우리 성도들은 그렇게 자연을 즐기며 다스리며 누리는 상태로 회복이 되겠지요.
어서 어서 그 날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큰 녀석이 자기의 새해 소원이 그 날로 이루어지자 무척 기뻤던 모양입니다.
주일 예배가 끝나고 자기가 아버님 어머님 저녁을 사주겠다고 너스레를 떱니다.
새뱃돈 받은 것을 고스란히 주머니에 넣고 있다가 무얼 할까 무척 고민을 했는데
아빠와 엄마, 그리고 동생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 데 써야겟다는 생각이 들었다지요.

맛있는 저녁을 보낸 후 아이들을 위해 마음속으로 기도했습니다.
'너희는 너무 유명한 사람이 되려고 하지도 말고, 너무 부자가 되려고 하지도 말고,
남보다 너무 높이 올라가려 하지 말거라.
남들보다 너무 잘 날 필요도 없고, 남들보다 너무 잘 할 필요도 없어.
아빠 엄마는 너희들이 하나님 안에서 작은 행복을 맛보며 
오히려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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