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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삶은 계란을 한 입 물은 채 울어보신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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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섬기미 댓글 0건 조회 3,421회 작성일 18-12-0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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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니던 대학 근처에는 속칭 '난곡' 이라는 달동네가 있습니다.
이미 그 때도
재개발의 불도저 앞에 하릴없이 합판 쪼가리에 불과한 담들과 벽들이 많이 헐려 있었습니다.
그래도 갈 곳이 없어 그 철거된 집터에 간이 텐트를 치고 모닥불을 놓아 밥을 짓는
아낙네들의 슬픈 한숨이 썰렁한 북풍처럼 한기를 성큼 몰고 올 때,
저는 같은 교회 친구들과 함께 그 황량한 산동네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비릿한 악취마저 풍기는, 그리고 여기저기서 악다구니하며 다투는 시장 아줌마들을 지나
산동네 골목에 들어서면 '훅' 하고 이내 냉기가 돌았습니다.
지저분한 옷차림의 아이들이 여기저기에서 흙장난을 하고,
골목에 누가 있는지 살필 새도 없이 설거지물을 홱 뿌리고 돌아서는
가여운 어느 어미의 마른기침이 한없이 슬프기만 한 그런 곳,
몇 걸음 올라가다 보니 한 아이가 여러 아이들에게 매를 맞고 있었습니다.

콧물과 먼지가 얼겨 붙은 얼굴에 빡빡 깎은 머리, 아마도 버버리 코트를 흉내 낸 듯 싶은
같은 문양의 낡은 잠바를 입은 아이가 엉엉 울고 있었습니다.
입에는 삶은 달걀을 통째로 넣은 듯
계란 노르자가 침과 섞여 그 아이의 울음과 함께 스물 스물 밖으로 기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눈물과 콧물이 섞인 삶은 계란을 입에 문 아이는
계속되는 아이들의 폭력에 전혀 대응을 하지 못하고 그저 엉엉 울고만 있었습니다.
이유인 즉은 맞고 있던 아이는 약간 지능이 떨어지는 정신지체아였는데,
아이들이 먹고 있는 삶은 계란이 너무 먹고 싶어서 살짝 훔쳐가지고 달아나다가
그렇게 몰매를 맞게 된 것입니다.
몰매를 맞으면서도 그 삶은 계란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한 입에 다 넣어 버린 것이지요.
그 아이를 만나게 된 것이 신림동 산동네 야학의 시작이 된 것입니다.
 
그 동네에는 알코올에 중독이 된 분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너무나 살기가 힘이 들어서, 맨 정신에는 도저히 하루를 다 감당해 내기가 힘들어서
그들은 취기를 의지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빠져나갈 수 없는 빚더미,
아무리 발버둥쳐 봐도 해결되지 않는 무지,
허리가 휘도록 일을 해도 풍성해지지 않는 먹거리가 그들을 절망케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에게서 나온 자식들이 정신지체아가 되어
또다시 그 부모의 삶을 답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삶은 계란 하나를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없는 그 지경까지 추락하고 추락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누가 그들을 그 곳으로 몰아넣은 것인가?"

바로 '우리' 입니다.
하나님은 그러한 사람들과 그러한 상황들을 '신자' 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 만을 위해 살아가는 인간들의 죄악이 만들어 낸 실체를
세상에 까발리시는 현장이 바로 그 곳입니다.

세상은 그러한 현장을 목격하게 되면 곧 마음 속으로 경멸의 소금을 뿌리지요.
'게으르고 무식한 인간들, 남들 공부할 때 뭐하고, 남들 일할 때 뭐하느라 저런 꼴이 된 거야?'
라고 재수에 옴이라도 붙을까봐 얼른 소금을 뿌리지요.

그러나, 우리 신자들은 달라야 합니다.
우리는 신림동 달동네 정도가 아니라 이글이글 타는 불길 속에서
삶은 계란은 커녕 혀 끝에 물 한 방울도 허락이 되지 않는 그런 곳에서
'영생' 이 허락된 하늘나라로 옮겨진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정말 그 은혜를 실감하고 있는 사람들이 맞다면,
우리 안에 이미 충만하게 자리잡고 있는 그 묵시 속에서의 은혜가
역사 속으로 튕겨져 나오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이 세상에 가난하고 무식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은
바로 구원받기 전의 내가 쏟아 놓은 쓰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가해자입니다.
우리는 구원 받기 위해 '나' 를 보호하고,
'나' 를 자랑하기 위해 다른 이들에게 무언의 폭력을 휘둘렀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 폭력의 현장에서 나의 주먹을 맞고 나의 몽둥이에 맞고 쓰러진 사람들이 바로 그들인 것입니다.

그래서, 성도들에게는 '네 이웃을 네 몸처럼 돌봐야 하는' 거룩한 의무가 부여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 의무는 부담만 주는 의무가 아닙니다.
우리는 그 속에서 저주 받아 스러질 뻔한 '나' 를 볼 수 있어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 나라의 시민으로 삼아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실감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었다면, '나' 라는 인간은 오늘도
어느 찬바람 부는 골목에서 삶은 계란을 한 입 물고 낮선 이들에게 몰매를 맞고 있던 그 아이처럼
영원한 결핍 속으로 던져졌을 거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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