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 나눔터 :: Fellowship > 한 해의 시작을 그리스도 안에서 함께 하며

샬롬, 그리스도 안에서 문안 드립니다.

한 해를 떠나 보내고 또 한 해를 맞이하는 첫 주 가운데

십 년 넘게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 순간들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미국에 발을 디딘지 처음으로

Job Search Center 에 가서 이런 저런 상황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나 혼자 힘으로 어떻게든 이 어둡고 긴 터널을 통과해 보겠다고 애를 쓸 텐데,

일상의 출근 시간보다 훨씬 일찍 움직여야 하는 그 시간을 묵묵히 지나가다 보니,

그 시간 가운데 모든 순간이 제게는 감사로 다가옵니다.

영주권자 이상 미국시민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는 연방정부 재정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기관이라 그런지

등록인원에 따라 재정이 변동되어 최소한의 인력과 자원으로 운영되다 보니,

연일 만원을 이루고 있어 일 주일 정도는 기다려야 원하는 과목을 수강할 수 있습니다.

Job Search Center 에 오는 사람들을 바라 보노라면,

세상에게 화가 나 있는 모습도 보이고,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나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거기에서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나' 를 얼마나 잘 포장하여 시장에서 잘 팔릴 수 있는가? 'Am I marketable?' 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장점과 단점을 알고 있어야 하고, 그런 나를 상대방에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공간과 시간에 내가 서 있으리라고는 상상을 못했었는데,

지금의 나는 그 시간 가운데 모든 순간이 감사로 다가옵니다.

알 수 없는 내일에 대한 불안과 극도의 긴장감, 그 불안이 배태하는 초조와 조바심,

그 조바심으로 인한 자기 변명과 자기 합리화, 그로 인한 분냄은 감사와는 멀어지게 하지만,

그러한 폭풍 가운데 미세하게 들리는 그 말에 귀 기울이다 보면,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다닐지라도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항상 동행하신다는 그 약속을 다시금 기억하고,

주저 앉아있던 두 무릎을 똑바로 세울 수 있습니다.

점심 시간에 주차장 차 안에서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의 대열에 끼여 있는 그 시간도,

잠시 쉬는 시간이 되어 화장실에 줄을 서 있는 그 시간도,

어깨가 맞닿일 정도의 좁은 방에 모여 자기가 궁금해 하는 질문을 쏟아내는 그 시간도,

자기에게 필요한 과목을 빠트릴 새라 30분 먼저 기다리는 그 시간도,

어떤 그 무엇을 밝히 드러내고자 조금씩 꿈틀대는 소리 없는 외침으로 다가옵니다.

'그 동안 수고했어요' 라는 아내의 따뜻한 포옹과 '아빠 힘내세요' 라는 아이들의 응원과

자기도 모르게 몸에서 격렬하게 반응하는 몸살 같은 떨림과

가끔 먼 산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정적,

그 모든 모습들 가운데 희미하게 드러나는 가족, 집 (household) 이라는 울타리,

그 울타리 안에서 두 다리 쭉 펴고 쉬고 싶은 그 마음은

그리스도 안에 하나된 그리스도인의 처음 자리를 향한 그리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 하루 지나갈수록,

손과 발은 힘이 빠지고 처진 어깨와 굽은 등은 인생이라는 여정의 발자취를 말해 주건만,

반드시 걸어가야만 하는 그 발자국들이 영원 이라는 생명을 밝히 드러내는 흔적으로

언약의 기둥으로까지 한 길이 나 있으니,

그 길이 되어 항상 옆에서 가만히 지켜 보며 묵묵히 서 계시는,

죽으시고 부활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만을 의지합니다.

이렇게 오늘 하루도 해가 집니다.

내일은 내일이 다 알아서 일하신다고 약속하셨으니,

그 약속을 믿게 하시기에 입가에 미소를 지어봅니다.

어제가 오늘같이, 내일도 오늘같이, 그 모든 날들이 그 오늘일진대,

그 오늘을 그리스도 안에 거저 허락하신 그 말씀과 씨름하며 날마다 죽어지면 좋겠습니다.

그 시작도 지금이요, 그 마침도 지금이니,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요.

엑사고라조,

그리스도 안에서 그 오늘을 건져 올리는 우리 모두이기를 빕니다.